평강공주 심리
평강공주 심리를 ‘무의식적으로 자기 경쟁심을 유발하는 배우자를 싫어해 사회적 통념상 여자보다 ‘급’이 낮은 직업이나, 백수와 결혼’한다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풀지 않더라도, 평강공주 심리는 아마 신데렐라 컴플렉스와 더불어 여성이 이성을 선택할 때 가지게 되는 가장 큰 두 가지 심리기저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사실 따지자면 나는 이 평강공주 심리 쪽에 심정적으로 더 가깝다. 하긴, 별 볼일 없던 남자가 나로 인해 반듯하고 훌륭하게 성장한다는, 교육학적으로도 나무랄 데 없고 사회학적으로도 이상적인 논리를 제치고 만인의 지탄을 받는 신데렐라 컴플렉스가 더 심정적으로 가깝다고 할 여자도 없겠지만. 아무튼, 그래서 드라마 ‘온 에어’에 더 관심이 갔었던 거다. 국민요정이라 칭함을 받는 당대 최고의 CF퀸인 오승아가 무수한 연예 매니지먼트사들의 매력적인 조건을 마다하고 쫄딱 망한 장기준을 찾아가 과거에 베풀어준 친절을 계약금 삼아 계약서를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것도 멋졌고 - 사실 더 멋진 부분은 얼토당토 않는 당돌한 계약조건들을 상냥하면서도 당연하다는 듯이 뱉어내던 부분 - 회당 2천만원씩 받는 최고의 작가 서영은이 신참 PD 편을 들기 위해 ‘감독을 짜르려면 나도 같이 짜르라’고 도리어 국장에게 으름장을 놓는 부분도 멋졌다.
근데 극이 진행되어 러브라인이 강해질수록 저 당돌하리만큼 자신만만하던 두 평강공주는 점점 사랑하는 남자들 앞에서 남자들의 말투와 행동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는 소심녀들이 되버리고, 도리어 초반 별 볼일 없을 거 같았던 두 남자들은 기가 벌벌해져서 매회 버럭버럭을 일삼고 있으니 도대체 온달장군도 평강공주와 결혼한 뒤엔 저들처럼 버럭온달이 되었던 걸까 싶을 정도다.
그러고 보면 사랑에 빠지는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평강공주 심리란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얘기일 수도 있다. 남이 보기엔 바보 온달이라도 ‘내가 보기엔 왕자님’이라는 맘이 되어야 관계가 로맨틱해지는 거지 ‘이 바보를 내가 갈고 닦아 장군으로…’라는 심리라면 그건 선생이나 사수가 되는 길이라고 밖에. 아 역시 사랑 앞에 ‘약한 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