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chive forJune, 2008

근황


에너지 보존의 법칙은 글쓰기에도 적용이 되는 듯하다. 요컨데 글이라는 것도 내 안에서 어느 정도의 숙성의 기간을 거쳐야 나오는 것이지 그 전에 말이라는 형태로 표출이 되면, 글이라는 형태의 아웃풋은 확실히 줄게 된다. 요즘 내 삶이라는 것이 먼가 진득하게 숙성이 되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어떤 생각이 생기는 족족 말로 풀어버리는 쪽이라 아무래도 블로그는 늘 뒷전이기 마련이다.

거기다 요즘 차를 가지고 다니면서 부터는 의외로 혼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는 시간이 더 줄어들었다. 아직까지는 힘이 빡 들어간 손으로 핸들을 부여잡고 사주경계를 해야 하는 김여사스러운 운전 실력 때문도 있겠지만, 무던히도 잘 지껄여대는 라디오라는 놈도 분명 한 몫을 할 터. 책 몇 페이지 읽다가 졸다가 하더라도 전철을 타고다닐 때가 이런 저런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거 같다. 고유가 시대에 다시 전철로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닌지 심각하게 고민 중.

암튼, 저 이렇게 살고 있어요. 아무일 없이 그냥 깊이 없는 얘기를 말로 다 풀어버리면서. 그 와중에 지난 주말엔 모처럼 홍대 거리를 어슬렁 거리며 새 카페를 들러보고 성시경의 군입대 전 마지막 콘서트에 다녀오면서.

성시경 콘서트는, 그리 좋아하지도 않는 성시경을 위해 어쩌다보니 노천극장 시멘트 바닥에 우비쓰고 앉아서 - 거기다 피같은 내 돈까지 들여서 - 입대전 환송회를 해준 꼴이라 100% 산뜻한 기분은 아니였지만 유희열과 성시경이 공동 작곡했다-고는 해도 완전 유희열풍의 노래-는 6집 타이틀곡 ‘안녕 나의 사랑’을 건진 것과 모다대첩 2편을 직접 본 게 그나마 위안이랄까.

홍대 산울림 극장 1층의 Sukara. 첨 들었을 땐 고대 힌두 성전에 나오는 말인가 했는데 숟가락을 일본식으로 발음 한 거라고. 적당히 뜨거운 오가닉 커피와 독특한 맛의 두부치즈케잌이 일품. 오픈 주방을 둘러싼 낮은 카운터가 사람을 훨씬 편안하게 만든다. Cafe aA보다 훨씬 작지만 불필요한 소음이 적고 음식도 맛나다는 것이 큰 장점.

사실 이 날 최대의 수확은 카모메 홍대점을 발견한 것. 노천극장으로 가기 전에 커피나 생수를 사려고 하던 차에 발견한 오니기리 가게. 맛도 좋을 뿐만 아니라 예상외로 양도 많아서 주먹밥 하나면 한끼 식사로 충분할 듯. (물론 나는 밤 1시에 집에 들어와 컵라면 하나 더 끓여 먹었지만서도). 각국의 갈매기들이 모인 듯한 일러스트도 예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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