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me?

한번쯤 자기 삶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지난 주에 누군가가 ‘그래도 지금 뒤돌아 보면 그 남자랑 왜 헤어졌을까? 하고 후회되는 남자가 있죠?’ 라고 묻길래 ‘그런 남자는 없구요, 그때 그 남자랑 결혼했으면 진짜 패가망신했겠다… 하는 남자는 몇 있어요’라고 대답했는데 아마 이 책을 읽을라고 그런 거였던걸까?
Sophie Kinsella의 신작, ‘Remember me’
24살의 Lexi는 이제는 한물 간 소재라는 평을 듣는 카펫판매부서의 주니어 어시스턴트. 엉망인 치열과 구제불능의 남자친구에 날씬하지도 못하고, 입사한지 1년에서 일주일이 모자라다는 이유로 남들 다 받는 보너스도 받지 못하고 꽤 어렸을 때부터 남처럼 살아온 아버지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비오는 밤 택시를 잡으려다가 길에 미끄러져 정신을 잃는다.
병원에서 깨어난 Lexi는 어느새 27살이 되어 있으며 더더욱 놀란 것은 벤츠 컨버터블에 루이비통 핸드백, 프라다 선글라스를 가지고 있고 완벽한 치열에 세련되게 염색된 머리, 날씬한 몸을 한, 잘나가는 중견간부가 되어 있는 걸 발견한다. 거기다 부동산 재벌인 -게다가 아르마니 모델처럼 생긴- Eric과는 2년전에 만나 결혼한 사이. 자동차 사고로 머리를 다친 이후에 지난 3년간을 기억못하는 부분 기억상실을 보이는 거라는 의사의 진단.
기억을 되찾진 못했어도, 암튼 하루 아침에 신데렐라로 재탄생한 Lexi, 하지만 이를 제대로 기뻐하기도 전에 지난 3년간 어떻게 된 건지 모르지만 코브라라고 불릴 정도로 목표지향적이고 가차없이 냉정한 여자가 되어 있으며, 과거 best friend들은 bitch-boss-from-the-hell이라고 왕따시키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주인공이 사고 이후에 기억상실증을 겪고 과거의 자기 모습의 조각들을 찾아 꿰어 맞추는 과정에서 진짜 자기 모습을 찾는다는 면에선 최근에 다시 본 ‘오버 더 레인보우’를 많이 닮았다. 어~하는 사이에 정신없이 돌아가는 일상속에서 잠시 hold 버튼을 누르고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나를 모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건 어찌 보면 행운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별 생각을 다 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얼마 안되지 않나. 만약 Lexi처럼 3년전에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면 대견해할까? 아니면 어색하고 실망스러울까? 이쯤에서 한번씩 물어봐야 할 질문이다. Remember me?
PS. 그녀의 작품 통틀어 가장 유머러스하지 않은 작품인 듯. 허를 찌르는 반전개그가 나와야 되는데…
PPS. 그나마 남자주인공의 역할이 큰 작품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