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미각여행
1. 기린로 가정식백반(063-285-1005)

전주로 출발하기 하루 전 박중훈씨가 현재 영화촬영을 위해 전주에서 머물고 있으며 그의 트위터에 죽음의 맛집 리스트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곤 부랴부랴 스크랩에 들어갔다. 그 중 제일 땡기는 곳은
조미료를 안쓰는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정말 예술입니다.직접 담근 죽음의 된장찌게,각종나물,총각김치,갓김치…
라고 극찬을 해 놓은 기린로 가정식백반.
특히 이집은 그 담주 경주 최고의 한정식집이라는 ‘요석궁’에서 저녁 계획이 있는 지초이님이 전주와 경주 한정식의 비교체험을 하기로 하고 달려간 곳이었는데, 아 그런데, 밥이 떨어졌다고 그날 장사를 접으셨다는 거다. (아 첫 계획부터 이렇게 삑사리 나면 안되는데…) 거기다 일요일은 장사를 안하신다나. 털썩. 밥이 없으시다는 말에 그럼 햇반을 사다드리고 데워 달라고 하면 안될까 하는 생각까지 해봤으나 모 이번만 기회는 아니니까.
2. 성미당


(전부터 그런 경향이 있었지만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다보니 죄다 세로 사진만. 다른 건 몰라도 블로그 포스팅엔 좀 불편하군.)
기린로 가정식백반 대타로 찾은 성미당의 전주 비빔밥. 다른 맛있는 것도 많은데 왜 비빔밥들을 먹는지 모르겠다는 전주출신들의 말과, 비빔밥은 롯데백화점 식당가 비빔밥이 최고라는 지초이님의 주장으로 리스트에서 뺐던 집인데 모 역시 명불허전.
3. 삼천동 막걸리 골목, 용진집

삼천동 막걸리 골목의 막걸리집에서는 술만 주문하면 안주는 모두 공짜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대신 공짜로 주는 거니까 안주만 따로 주문할 수도 없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 거기다 주전자는 보통 막걸리 세통(!)이 들어가는 사이즈라는 것도. 그러니 이런 집엔 되도록이면 많이 모여서 가야 좋을 듯. 다행히 우리는 맑은 막걸리로 시키라는 아주머니의 조언으로 맑은 막걸리를 시켰더니 작은 사이즈의 주전자가 나와 억지로 두 주전자를 주문할 수 있었다. 역시 맛난 안주는 두번째 주전자부터 나오더라. 꽁치구이와 민어찜. 그래도 우리 남긴 안주 없었으니 선전했다. (그렇지 언니야)
막걸리가 주는 분위기가 있어설까. 테이블에 우선 얇은 비닐 한장을 깔고 시작하는 술상은 술집에 갔다기 보다는 여늬 잔치집에 가서 받아 먹는 술상 기분.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이집에서 1차를 하고 전일슈퍼의 가맥으로 2차를 했어야 하는 거였는데 이 집에서 막걸리 두 주전자는 받아 마셔야 제대로 안주를 얻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1차에서 기권. 동락원으로 돌아가는 길에 배가 진짜 찢어지는 줄 알았다.
3. 남부시장식 콩나물국밥, 현대옥(063-228-0020)

지금은 주인이 바뀌긴 했지만 30년의 전통을 가진 집이다. 남부시장 안에 주방과 마주보게 되어 있는 ㄱ자형 카운터에 둘러 앉아 열심히 먹는데만 골몰하는 사람들.

대형도마에서 으깨지는 마늘과 다져지는 고추를 마주하고 국밥을 먹는 사람들을 보자니 흡사 델리 카트슨 같은 분위기가…

우리 앞에 부부로 보이는 두 명이 줄을 김봉지를 들고 줄을 서고 있길래 우리도 잽싸게 돌김을 사들고 줄을 섰다. 아마도 현대옥과 앞집 건어물집과는 모종의 젠틀맨쉽 같은 게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매일 좁은 시장골목길에 장사진을 만들게 되니까 미안해서라도 김은 건어물집에서 직접 사도록 한게 아닌가 하는(모 이건 전적으로 내 생각). 암튼 가격도 착하다. 오징어는 한번 데친 걸 다져 주는 건데 우리 뒤에 줄 선 아저씨들의 얘기에 의하면 숙취해소에 콩나물보다 오징어가 더 좋기 때문에 넣기 시작했단다. 모 검증은 안된 얘기임.

자태도 아름다운 콩나물국밥 등장. 안보이지만 저 옆에 수란도 있다. 전에 양옥련할머니가 운영하실 때는 단골손님의 식성을 기억했다가 고추, 대파, 마늘의 양을 커스터마이징해서 내주셨다는 전설같은 얘기가 있지만 요즘은 프랜차이즈를 목표로 하는 곳이라 표준화된 레시피로 진행이 되겠지? 국밥을 퍼주는 걸 보니 우선 뜨거운 국물로 뚝배기를 예열한 뒤에 미리 삶아 놓은 콩나물과 미리 해놓은 밥을 넣고 그 위에 펄펄 끓는 국물을 부어 낸다. 그걸 토렴이라고 하는데 그래야 콩나물도 더 아삭하고, 국도 다 먹을 때까지 식지 않는단다.
암튼 국밥 맛은 저절로 엄지손가락이 올라갈 정도. 같이 내 주신 반찬이 생각 안날 정도로 꽉찬 맛이었다. 엘포님은 전주에서 먹어본 음식 중에 제일 맛있었다고. (모 그래봐야 세끼 식사)
우리는 뜨거운 국밥 먹으랴 사진 찍으랴 떠들랴 좀 속도가 늦었더니 아줌마 한분이 ‘우리 식당에선 얘기하고 먹으면 혼나는데…’라시며 눈치를 주신다. 보니 우리 말고는 벌써 2번은 손님이 바뀐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꿋꿋이 남은 김 다 먹고 국물까지 마시고 나온 지초이님 존경합니다아. -_-b